[100602 조선닷컴] 이스라엘, 국제사회서 고립 위기

안보리 비난 성명… 이스라엘 "모든 선박의 가자지구 접근 불허" 강경 입장
이스라엘, 총격 당시 영상 공개… 헬기서 군인들 내려오자
구호船 승선자들이 흉기 휘두르며 충돌, 군 발포… 최소 9명 사망



지난달 31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가던 구호선 총격 사건이 국제적인 대(對)이스라엘 비난여론과 이스라엘 고립화 등은 물론이고, 이 지역의 평화회담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면서 가자지구를 둘러싼 미·이스라엘 관계 등 국제적 역학관계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일 긴급회의를 열어 "최소 9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군의 행동을 비난하고,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적 구호선박을 급습한 데 대한 공정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억류한 친(親)팔레스타인계 구호활동가 전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안보리와는 별도로 유엔 인권이사회도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1일 회의를 열어, 이스라엘군의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키로 했다.



▲ '팔레스타인 구호선 총격사건' 각국 이스라엘 규탄 시위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의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거리에서 친(親)팔레스타인계 시위대가 터키 국기(國旗)를 흔들며 이스라엘의 국제 구호 선박 급습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9명에 이르는 사망자 대다수는 터키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이러한 비난 수위는 당초 아랍사회가 요구했던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것보다는 완화된 것이다. 여기에는 1일 공개된, 이스라엘군과 승선자들의 충돌 장면 영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들에 따르면, 소총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헬기 레펠(rappel·수직 하강)을 이용해 터키의 구호선박인 '마르마라'호 갑판 위로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호활동가들은 갑판에 대기하고 있다 쇠몽둥이 등 흉기를 휘두르며 군인들을 공격했다. 사건 발생 초기 "자위(自衛) 차원에서 발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유엔 안보리 등의 결정에 반영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해상에서, 그것도 민간인 구호활동가에 대한 발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분위기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강경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선박들의 가자지구 접근을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레쉬노-야르 유엔주재 대사는 "구호선박 승선자들이 순수하지만은 않았으며 테러와 연계됐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우리에겐 가자지구 해상봉쇄를 위반하는 어떤 선박도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구호활동가 가운데, 480명을 구금하고 48명을 추방했으며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을 측면 지원해왔던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건 진상을 이른 시일 내에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말한 것은 미국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그간 이슬람사회에서 유일한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던 터키와의 관계가 악화됐다. 이스라엘군이 강제로 저지한 선박이 터키 선박이었고, 이 과정에서 사망한 최소 9명 중 대부분이 터키인이기 때문이다. BBC는 "이스라엘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터키인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슬람사회에서 이스라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구호활동가들의 사망으로 가자지구 봉쇄 철회에 대한 여론이 커지는 것 역시 이스라엘로서는 부담이다. 실제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을 비롯한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를 무조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권경복 기자 kkb@chosun.com
기사게재일자 : 2010.06.0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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