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1 내일신문] 이슬람 국가들에도 한국어 바람

터키·이집트 대학에 한국어과 설치 … 180명 강좌에 800명 지원하기도

터키 카이세르시의 국립 에르지예스대학 한국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무스타파씨. 그가 한국어과를 선택한 것은 한국전에 참가했던 친척의 영향이 컸다. 그는 대학에 들어와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방학이면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회화 공부를 한 덕분에 유학파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췄다. 무스타파씨의 희망은 한국정부가 선발하는 장학생에 선발돼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당초 졸업하고 취업을 생각했지만 최근 한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는 것으로 진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형제의 나라, 터키를 비롯해 아랍권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한국 정부나 한국인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드라마, 영화 등으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문자, 언어, 문화 등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에르지예스 대학은 2003년부터 학생을 선발했으며 현재 12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대학은 언어뿐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열기도 한다.
현재 터키 내에서 한국어 관련학과를 운영하는 곳은 에르지예스 대학과 앙카라 대학 두 곳이다. 그동안 한국어과가 없었던 터키 최대도시인 이스탄불에서도 한 대학이 학과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올해 내에 한국어를 교육하는 고등교육 기관이 한 곳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집트 카이로의 아인샴스 대학은 2005년에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한국어학과를 개설해 지난해 6월에 28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 중 6명은 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고, 나머지는 한국 기업 등에 전원 취업했다. 이집트에서는 정식학과가 설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관광대학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에르지예스대학 한국어문학과 괵셀 튀르쾨쥬 교수는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의 경우,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 중 한국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사회교육원 형식의 강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한국과 아랍권 국가 간 문화·경제교류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대부분도 한국과 관련된 직업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즉 한국어가 중동지역의 새로운 비즈니스 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터키의 경우, 오는 26일부터 30일 앙카라에서 제1차 한국-터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열린다. FTA가 체결되면 지난해 31억달러 규모였던 교역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터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전사업을 한국이 낙찰 받을 경우 최소 10년간 한국어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에르지예스 대학에 재학 중인 하리카 인제탄씨도 “아버지가 한국 관련 무역업을 하고 있다”며 “졸업 후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어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이집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인샴스대학 한국어학과 김주희 교수는 “이집트에서 2004∼2005년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여기에 자동차와 휴대전화, TV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가면서 한국어 배우기 붐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언어로서 한국어의 위상이 커지면서 학교 밖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터키로 공부하러 왔던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한국인문화원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에서 현재 60여명의 대학생, 직장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대사관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한국어 강좌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 강좌의 초급반은 아인샴스 대학 학부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현지인들은 한국어를 공부할 곳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카이로 대사관이 지난 2월 180명을 모집한 한국어 강좌에 800명 이상이 신청하기도 했다.
주이집트대사관 박재양 문화홍보관은 “작년에 한국어 강좌에 많은 사람이 몰려 올해부터 초급 1개 반을 더 늘려 3개 반을 운영하고 있으나 몰려드는 신청자를 다 수용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탄불 한국인문화원 박용덕 원장은 “중국과 일본은 문화원을 크게 확장했다”며 “정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탄불·카이로 =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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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재일자 : 2010-04-21 오후 1: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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