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20 아시아경제] '종교와 법' 이슬람 금융권의 딜레마

'법제도 미비,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경험 부족..' 파산 위기를 맞은 이슬람 기업의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이슬람 율법 샤리아와 현대 상법 사이의 갈등이 일을 더 꼬이게 한다는 비판이다.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지 않아 분쟁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신청을 한 쿠웨이트 투자업체 디인베스트먼트다르(TID)가 신앙과 상업 사이의 심판대 위에 오르면서 이슬람의 특수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샤리아와 상법, 이슬람 금융 이론과 실제 사이의 격차가 이 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하고 있다는 것.

금융위기 전, 에너지 투자를 노린 수십억달러의 오일머니가 중동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이슬람 금융업계는 덩치를 크게 불렸다. 무디스에 따르면 현재 이슬람 금융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은 95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파고는 이슬람 금융업계도 예외 없이 덮쳤고, 위기 후 일부 대형 금융기업들이 파산을 선언한 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TID도 이들 가운데 하나. 작년 7월 이슬람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이래 현재까지 채권자들과 재건방안 합의 도출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채무조정 규모는 35억달러로 이슬람 기업으로는 사상최대다.

샤리아는 원칙적으로 이자를 금지하고 공정한 리스크 분배를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금 고객의 자금을 채권과 같은 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인프라 등 실물 경제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샤리아가 제시하는 원칙이다. 또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예금자도 리스크 분배 원칙에 따라 손실을 함께 감내해야 한다.

모든 이슬람 금융업체들은 표면상으로 이 샤리아를 따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이 영국법을 기준으로 계약 등을 맺었다. 법률회사 덴튼 윌드 샆테의 샤리아 전문가 무다시르 시디퀴는 "샤리아의 관점에서 보는 해석과 법률적 관점에서 보는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TID와 TID의 채권업체인 레바논스블롬뱅크(LBB)가 이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TID는 LBB가 갖고 있는 1000만달러 규모 이슬람 채권이 이슬람법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 지난해 12월 영국법원은 LBB가 이 문제로 심리까지 갈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으나 논쟁의 여지는 있다는 애매모호한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채무 계약을 부인하고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경우 채권은행이 타격을 받으면서 연쇄적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은행이 파산 위기를 맞으면 이슬람 율법이나 상법 차원에서 정부가 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시디퀴는 "이슬람권 은행의 예금자는 전통적인 의미의 예금자와 다르며, 투자자는 손실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게 된다"며 "법률적인 해석이나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금융회사별로, 그리고 계약 건별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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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게재일자 : 2010.04.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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