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06 경향신문] 지하드의 첨병인가 단순 추종자들인가

‘블랙 위도즈’와 ‘지하드 제인’.

인터넷에서 내 주민번호가 도용 당해?
최근 러시아와 미국에서 각각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여성 테러리스트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29일 40명이 희생된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자살폭탄테러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블랙 위도즈(black widows)는 러시아로부터 분리운동을 벌이는 투쟁 과정에서 남편이나 아들, 오빠와 동생을 잃은 데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를 상대로 테러를 감행해온 체첸이나 다게스탄 등 북카프카스 지역의 이슬람 여성들이다.

미국인으로 최근 테러 모의 혐의로 기소된 2명은 지하드 제인으로 불린다. 미국 여성 병사를 뜻하는 ‘지아이 제인’에 빗댄 말로 이슬람 성전(지하드)에 참여하는 여성을 뜻한다. 블랙 위도즈가 가족에 대한 보복으로 지하드에 나선 반면 지하드 제인의 참여 동기는 가족 보복과 직접 관계가 없는 데도 지하드에 참여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블랙 위도즈와 지하드 제인은 요즘 러시아와 미국에서 전개되는 여성 테러의 복잡하고도 대조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블랙 위도즈’

블랙 위도즈는 체첸 분리주의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2006년 사망)가 2001년 말 ‘독실한 신자들의 정원’이라는 이슬람 순교자 조직을 창설하면서부터 본격적인 테러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위도즈는 2001년 러시아 군 장성 피살로 이름이 알려진 뒤 2002년 10월 170명을 희생시킨 모스크바 두브로브카 극장 인질사건을 통해 눈에 띄었다. 블랙 위도즈 19명은 경찰들과 3일간 대치했다.

블랙 위도즈는 같은 해 러시아 특수부대 기숙사 폭탄공격, 이듬해 모스크바 콘서트장 테러, 2004년 항공기 테러 등을 주도했다. 2004년 8월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이후 뜸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공개한 모스크바 루비얀카 지하철역 자폭 테러범 드제네트 압둘라흐마노바는 뜻밖에도 17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남편과 함께 권총, 수류탄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압둘라흐마노바는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여성 테러리스트의 대표 인물이 됐다. 그의 남편은 지난해 러시아 군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모스크바 지하철 자폭테러를 감행한 드제네트 압둘라흐마노바가 남편 우말라프 마고메도프의 옆에서 폭발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파크 쿨투리 지하철역에서 자폭한 테러범은 마르카 우스타르하노바로 알려졌다. 그의 남편 에민 히즈리예프도 체첸 대통령 람잔 카디로프의 보안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딸의 미래를 걱정해 결혼 사실을 현지 경찰에 통지했으며, 우스타르하노바는 지난해 여름 이후 실종자로 처리됐다. 코메르산트는 그의 부모 말을 인용해 “우스타르하노바는 인터넷으로 이슬람 과격파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압둘라흐마노바와 우스타르하노바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카프카스 에미리트’라는 북카프카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체첸 분리주의자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46)가 2007년 출범시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단체가 알카에다나 다른 이슬람 테러집단들과 마찬가지로 잘 짜여진 조직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집단은 “자치권을 가진 카프카스 지방군벌들의 느슨하게 연계된 집단이지만 (과격한 이슬람) 이데올로기와 증오로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체첸 전쟁 시작 때부터 러시아를 상대로 전투를 해온 우마로프는 체첸이 아흐마드 카디로프 전 대통령 아래에서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맺은 이후에도 전투를 계속한 과격파 집단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우마로프의 아버지와 부인, 아들은 2005년 러시아 보안군에 의해 납치된 이후 실종됐다. 우마로프는 지난주 스스로 공개한 비디오를 통해 “모스크바 테러는 나의 지시 아래 행해진 것”이라고 밝히면서 러시아인들에게 “앞으로 러시아의 여러 도시로 전쟁이 확산될 것이며,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

압둘라흐마노바의 사진으로 미뤄보면 그와 우스타르하노바는 남편이 사망하기 전부터 카프카스 에미리트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을 ‘블랙 위도즈’ 전사로 만든 계기는 남편의 죽음이다. 러시아 안보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인터넷으로 모집됐으며, 체첸-다게스탄 국경에서 훈련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러시아 당국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체첸-다게스탄 국경의 베덴스키에서 훈련을 받은 뒤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모스크바로 들어갔다. 보안 카메라 촬영테이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슬라브인 모습을 한 또 다른 두 여성과 한 남자의 안내를 받아 모스크바 시내 지하철로 들어갔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들 안내자는 두 여성 자폭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약해질 것을 대비해 원격 폭발기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러시아 관리들은 두 여성 자폭테러범은 알렉산드르 티호미로프(그는 사이드 부리앗스키로도 알려져 있다)가 조직한 자살여단에서 훈련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호미로프는 이슬람 웹사이트인 후나파닷컴(Hunafa.com)에 올린 글을 통해 “자폭 테러범들은 이런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았다”면서 자폭테러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는 “알라신을 위해 봉사하는데 누가 희생을 마다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폭테러범들도 냉정한 논리와 합리성을 갖춘 멀쩡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테러범들은 괴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호미로프는 지난달 6일 잉구셰티아에서 러시아 특별부대와 교전하다 전사했다.

체첸이나 다게스탄 여성들이 테러에 가담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설명이 있다. 가족을 잃은 뒤 낮은 사회적 지위가 그들을 극단주의자로 내몬다거나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성적이어서 선동에 잘 휩쓸린다는 등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 언론인 율리아 유지크는 2003년 저서 <알라의 신부들>에서 처음에는 가족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됐지만 종교적 신념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를 계기로 북카프카스에서의 테러활동을 뿌리뽑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럴수록 블랙 위도즈의 보복 테러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자생적인 여성 테러리스트 ‘지하드 제인’

미국 연방검찰은 최근 자국인 여성 두 명을 테러모의 등 4개 혐의로 기소했다. 당국과 언론은 이들을 ‘지하드 제인’으로 불렀다. 이들 두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 테러 훈련캠프의 입소를 꾀했고 무슬림을 폄훼한 시사만화를 그린 스웨덴의 만평가를 살해하려고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 ‘지하드 제인’으로 보도되고 있는 콜린 라로즈(왼쪽)와 제이미 폴린-라미레즈.
지난달과 이번달에 걸쳐 차례로 기소된 콜린 라로즈(46)와 제이미 폴린-라미레즈(31)는 서로 인터넷을 통해 연락하면서 유럽의 한 테러 훈련캠프에서 함께 훈련받자는 내용의 e메일을 주고받았다. 미국 연방 검찰은 라로즈가 e메일에서 ‘지하드 제인’이라는 별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폴린-라미레즈는 라로즈의 권유로 유럽으로 건너갔다가 미국으로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폴린-라미레즈의 어머니는 “이상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마을로 들어왔으며 오랜 기간 외로운 생활을 했던 딸이 이들로부터 모종의 유혹을 받아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방검찰은 이들 두 자국인 여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테러범으로 키워졌는지 아직 밝히지 않고 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에 관한 내용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지하드 제인’은 “모종의 유혹에 넘어간 사례”로 러시아에서 말하는 원수를 갚기 위한 블랙 위도즈와는 성격이 다르다. 자생적인 테러 용의자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 미국 출생인 이슬람 성직자 안와르 알-아울라키는 dpa통신에 “서방 사람들에 의한 지하드가 이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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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태 선임기자
기사게재일자 : 2010-04-06 22: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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