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02 매일경제] 이슬람자금 유치 법안 진통




이슬람 자금의 국내 유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법안 통과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중동지역 간 경제교류가 활발해지고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슬람 자금 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일 국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이슬람 자금 국내 투자 유도를 위해 마련돼 지난해 제출한 법률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도 상정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이슬람 채권 발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정부와 금융계와는 달리 국회에서는 종교계 등의 눈치를 보며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이슬람 자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슬람 채권의 수익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이자소득으로 봐 법인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기획재정위에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 개정안은 세종시 정국과 일부 의원 반대에 밀려 재정위 조세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실제 이슬람 채권 도입은 지난 2월 임시국회 말미에 경제법안 논의를 위해 소집한 조세소위에서 단 한 차례 논의됐을 뿐이다.

당초 국회는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재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5일부터 열리는 조세소위 안건에 포함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국회 기재위 관계자는 15일과 16일 19일에 각각 조세소위 일정이 잡혀 있으나 이번 법안이 안건으로 포함될지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 이슬람 자금 유치 법안 왜 늦어지나



= 이슬람 자금 유치를 위한 법안 개정안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이슬람 채권 거래가 금융 거래인가'하는 점. 일부 의원은 "이슬람 채권에 대해서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세소위 소속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우회적으로 임대료 형식을 띠는 이슬람 채권을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 구도로 볼 때 단기간에 법안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리 논쟁 이면에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바탕한 종교 갈등이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소위 소속 한 의원은 "이슬람 채권 자금 중 약 5%가 테러 자금으로 유입된다는 일부 의원 주장이 있었다"며 "다음 조세소위 논의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보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원도 "법리 문제는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며 "특정 종교의 반발을 우려한 의원들이 법안 심사 자체에 굉장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정위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도 "법안 조문 중 '내국법인이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 제약을 지키면서'라는 부분은 내국법인이 특정 종교 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종교단체 회원이 이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반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세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이 법안은 형평성 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법"이라며 "세간에서 보는 것처럼 한쪽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관심 커지는 이슬람 금융

= 이슬람 자금 유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고 터키 등과도 원전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등 한국과 중동지역 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이슬람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슬람 자금 유치를 노리는 금융사들 움직임도 빨리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9일 카타르 현지 카타르 이슬람은행과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1982년 설립된 카타르 이슬람은행은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이 최대주주로 있는 세계 4위 이슬람 금융 전담 은행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이슬람 국가 현지사무소 설립과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맞는 국내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이슬람지수 '신한 샤리아 100' 개발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SK증권은 2008년부터 말레이시아 현지 투자은행과 수쿠크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도 수쿠크 발행에 대한 사전 준비를 마치고 국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슬람금융컨설팅 무아말라 압둘 아지즈 대표는 한국 수쿠크 발행 땐 중동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지즈 대표는 수쿠크 매력에 대해 "중동 오일머니를 비롯한 풍부한 자금풀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도 이슬람 금융이 활성화하면 조달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정환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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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일자 20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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