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26 조선일보] 터키, 군대 물러가고 경찰국가 되나



터키의 국부(國父)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근대 터키공화국을 세운 이래 터키는 철저한 세속주의 국가였다. 터키 군부는 군 출신인 아타튀르크가 남긴 국시(國是)를 받들어 세속주의 공화국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1960년 이후 4번이나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가 이슬람주의로 기울 때마다 전복시켰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 온라인판은 25일, 터키 군부가 몰락하고 터키가 종교성향이 짙은 경찰국가로 변할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FP는 지난 22일 장성급을 포함한 군 장교 49명이 쿠데타 혐의로 전격 체포된 것은 군 위상 추락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전했다. 막강했던 터키 군부를 궁지에 몰아 넣은 세력의 중심에는 보수 이슬람주의 운동 FGH가 있다. 1970년대 페툴라 귈렌(Gulen)이라는 설교자가 창립한 FGH는 여성의 히잡(노출을 가리는 전통복장) 착용, 이슬람 법정 도입을 꾀했다. 1990년대 들어 군부의 탄압을 받아 귈렌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하지만 FGH가 전폭 지지하는 친이슬람 성향의 정의발전당(AKP)이 2002년 이후 집권하면서 FGH 출신들이 요직에 진출해 경찰과 정보당국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이번 군 장교 체포작전도 에르도안 현 총리와 터키 경찰의 긴밀한 작전으로 이뤄졌다고 FP는 전했다.

FP는 “여우가 물러나니 호랑이가 오는 꼴”이라고 보도했다. 군부가 물러나면 더 강력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터키의 세속주의 기반을 흔들 것이라는 경고다. 실제로 터키 경찰은 불법 도청·감청을 서슴지 않으며 국민을 감시하고 있다. FP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터키가 점점 이슬람주의 경찰국가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박승혁 기자 patrick@chosun.com



기사 게재 일자 20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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