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25 국민일보] 수십년 내전에 야수로 키워진 아프간 소년병들 무거운 총 놓고 연필 잡는다



모하메드 미르(19·사진)는 아프가니스탄 소년 병사였다. 수십 년 내전 기간 민명대에 동원됐던 수천 명 어린이 전사 중 한 명이었다. 9세 때부터 전선에서 살았던 그는 아버지가 총살당하는 순간을 목격했고, 사람들의 팔다리가 폭탄에 날아가는 처참한 광경도 수없이 보았다. 그의 얼굴은 탈레반의 순교 장려 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했다.

미르처럼 어린 시절을 박탈당한 아프간 10대들이 국제자선단체의 도움으로 뒤늦게 정상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4일 보도했다. 8년여 아프간 전쟁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반군 끌어안기로 전략을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나토는 아프간 국민, 특히 청소년들이 탈레반을 위해 싸우지 않도록 투항할 경우 고향으로 돌아가 직업을 갖고 살 수 있게끔 지원해 준다. 미르는 나토 정책에 발맞춘 영국 빈곤 퇴치 단체 ‘액션에이드’의 자활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되는 ‘행운’을 얻었다.

액션에이드는 청소년들이 성전(聖戰)에 복무해야 한다는 이슬람식 세뇌교육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미르 역시 이슬람 세뇌교육의 희생자였다. 아프간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도 군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던 그는 “아무도 나에게 ‘노’라고 말할 자유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다 른 어린이들의 삶도 비슷했다. 미르의 친구 자무딘은 8세 때 무장 게릴라 조직인 무자헤딘에 징병됐다. 처음엔 물 길어 오기 등 잔심부름을 했으나 6개월 만에 총을 쥐어야 했다. 또 다른 친구 바하둘라는 “6세 때 아버지가 전선에서 사망하자 시신을 가져온 민병대가 3년 후 다시 찾아와 이번엔 나를 데려갔다”고 털어놓았다.

미르와 그의 친구들은 이제 악몽 같은 과거를 뒤로 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뒤늦게 학교도 다니고, 배당 받은 가축도 키운다. “어릴 때 못해 본 공부를 이제야 하게 됐다”는 미르의 장래 희망은 선생님이다. 교육은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말로써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어린이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 줄 몰랐던 미르와 그의 친구들…. 그들은 뒤늦게 아이가 된 행복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에 평화가 정착이 안돼 아직 불안한 행복이다. 그가 살고 있는 북부 지역은 탈레반 세력이 전복된 이후 비교적 평화스러웠지만 최근 들어 우즈베키스탄 등지로부터 알 카에다와 연관된 반군의 유입세가 심상치 않다. 미르는 전쟁터로 다시 끌려갈 수 있다는 공포감을 털어버리고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기사 게재 일자 20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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