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인들은 높은 문맹률과 불안한 치안, 그리고 낮은 생활수준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풍족한 것도 있다. TV 방송국이 그것이다.
다음달 '1 TV'가 수도 카불지역에 새로 개국하면 카불지역의 TV 방송국 수는 모두 20개로 늘어난다.
인구 2천600만명의 아프간은 8년 전 TV를 비(非)이슬람으로 간주해 금지해 온 탈레반 정권이 미군 등에 의해 축출된 후 TV 방송산업이 호황을 이뤄왔다.
아프간은 현재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정권이 통치 중이고 다양한 형태의 민간 언론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TV 방송들은 종종 정부 내 보수파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슬람 성직자들로부터 압력에 직면해왔다.
성직자들과 보수파들은 특히 TV 오락 프로그램이 너무 진보적이라고 간주, 방송국에 대해 압력을 행사해왔으며 이로 인해 TV 진행자들이 구금되기도 했다.
1 TV의 영업책임자인 라민 무스타파는 "당국이 아프간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이 방송의 제작책임자인 영국인 시오반 베리는 새로 개국하는 방송국이 차별화된 전문 프로그램을 아프간인들에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TV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방송은 설립 5년째의 톨로 TV이다.
톨로 TV는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후 주로 아프간 내 젊은층을 겨냥한 팝음악과 인도의 멜로드라마, 그리고 '아프간 스타' 쇼 등을 통해 아프간 사회에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아직도 상당수 여성들이 부르카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톨로 TV는 여성들을 사실상 공개 노출시켰다.
최근 전국 조사에 따르면 톨로 TV는 5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톨로 TV를 운영하는 모비 그룹의 간부인 사드 모셰니는 난립한 경쟁사들을 감안할 때 톨로의 점유율은 엄청난 것이라면서 자신들이 성공을 거둔 또 다른 이유는 오락 프로그램 외에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톨로 TV가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면서 그의 방송은 국내 어떤 정파와도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모셰니의 가족은 5년 전 호주에서 귀국해 미국 자본의 도움으로 톨로 TV를 설립했다.
반면 아이나 채널은 잔혹한 군벌로 이름을 날렸던 압둘 라시드 도스툼의 소유로 그의 전투경력을 선전하고 종종 말을 타고 탈레반을 추격하는 모습을 방영한다.
또 다른 주요 채널인 타마돈은 한 시아파 성직자가 소유하고 있으며 그는 채널을 통해 이슬람 율법을 설파하고 서방을 비난하고 있다.
새로 개국하는 1 TV는 아프간 내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만화, 게임쇼 등 외에 인도와 터키, 서방 등지에서 제작된 시리즈물을 방영할 예정이다.
또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뉴스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제작책임자 베리는 말했다.
1 TV는 20대 중반의 사업가인 파힘 하시미의 소유로 그는 이 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많은 TV들이 시장 장악을 위해 도전했다 실패로 끝났으나 톨로 TV가 보수적인 당국과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지난해 톨로 TV는 인도에서 제작된 인기 멜로드라마 '툴시'의 방영을 중단하라는 성직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로맨스와 데이트 등이 포함된 이 드라마의 내용은 대부분의 결혼이 사전 계획대로 이뤄지는 아프간 내에선 금기사항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아프간 내 보수파들은 TV에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대부분의 아프간 여성들처럼 머리를 가리지 않으며 일부는 피부를 노출하는데 불만을 나타내왔다.
아프간 정부 당국의 통첩에 2개 TV가 굴복했으나 톨로 TV는 만약 '툴시'를 중단할 경우 광고수입 감소로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다며 당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톨로 TV의 또다른 인기프로인 '아프간 스타'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현지판 격으로 현재 5번째 방영시즌을 맞고 있으며 아프간 내 사회계층 간 경계를 넓히는데 기여했다.
이 프로의 가창 경연에 출전했던 한 여성 참가자는 출연 후 탈레반과 성직자 및 심지어 그의 친지들로부터 전통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살해위협을 받은 후 잠적했다.
올 3월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아프간 내 2명의 TV 진행자가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엠로즈 TV의 한 진행자는 성직자들을 불쾌하게 만든 프로그램을 이유로, 아리아나 TV의 한 진행자는 탈레반 대변인과 인터뷰한 혐의로 각각 체포됐다.
모셰니는 새로 개국하는 동업자 1 TV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그러나 지속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아울러 부패와 군벌주의, 마약, 기타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기사 게재 일자 200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