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흔 총무 칼럼] 이슬람 문화의 이해-서론 & ①체면문화 MET칼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 이것이 우리 문화로구나'하는 인식을 자주 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동일문화권 아래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 문화가 깊이가 깊고 역사가 오래 될수록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거리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접촉의 기회가 많지 않은 문화에 대해서라면 더욱 이해할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타문화권 선교'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최근에는 다소 그 열기가 식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문화(Culture)'라는 단어처럼 따지고 보면 막연한 표현도 많지 않다. 애매한 모든 것, 예를 들어 의복이라든지 식생활, 사고방식, 역사 속 파란만장했던 사건, 현재 벌어지는 그 지역이나 국가만의 정치상황 등 담아내기에 따라 모든 것을 한 묶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문화권 선교라는 말은 그 밑바탕에 '내'가 살아온 바로 그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다른' 사람이 살아온 그들만의 '문화'를 인식하고 선교에 활용하는 하나의 준거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를 이해하면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생각을 이해하면 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황(Context)'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접근 방법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정황(Context)이 이해되고 구축되어야 '내용(Text)'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일견 매우 합리적인 순서가 이렇게 해서 성립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타문화권 선교는 대한민국의 선교계에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서구 선교사의 기준에서 본 타문화권 중 대표적인 지역이 이슬람 지역인데, 한국 선교사의 시각으로 보면 서구 선교사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친숙한 것이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고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선교의 가능성을 오히려 무슬림들의 '문화'에서 찾아낼 수 있다.



이슬람 문화의 특징 1, 체면문화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이슬람 문화와 무슬림의 생활양태부터 구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슬람은 무슬림들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슬람 문화가 곧 무슬림, 즉 이슬람을 믿는 현지인들의 생활양태를 모두 담고 있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불교문화가 창성하여 고기류의 음식을 한동안 금지했던 고려시대 때에도 일반 민중들의 입맛까지 바꾸지는 못했던 것처럼 이슬람의 문화적 요소들이 무슬림들의 생활을 모두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슬람 문화와 무슬림의 생활양태는 동전의 앞과 뒤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수 천년 간 내려온 시간의 무게를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슬람 문화를 정면으로 다루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슬람이 탄생할 수 있었고 그 이슬람의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특성 안에서 이루어져온 무슬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상당부분 파악하게 된다. 반대로 무슬림들의 생활양태를 기반으로 종교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이슬람은 필연적으로 무슬림들의 가치관과 생활의 모습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슬람의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체면문화'이다. 절대로 체면이 손상되는 일은 참지 못하는 것이 유목생활로 굳어져온 무슬림들의 특질이다. 이런 부분은 동양, 특히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문화적 요소이다. 우리나라도 체면이 손상되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 민감하게 다른 사람들의 평판이나 자신에 대한 조건들에 반응하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데, 무슬림들에게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세로 접근한다면 선교적으로도 좋은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슬람이 이 체면을 세우는 절대적인 준거를 제시한다는 데 있다. 지금도 레바논의 남부, 즉 베이루트 허리를 가로지르는 순환도로의 출발점인 속칭 '버거킹 사거리'를 지나 무슬림들의 거주지로 깊숙이 들어가보면 놀라운 장면을 발견하게 된다.
언뜻 보아도 10살 내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년들이 머리에 검은 띠를 두르고 손에 총과 꾸란을 든 그림들이 가로등과 전신주에 줄줄이 나붙은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무슨 그림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현지인 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그림들의 주인공은 바로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향한 폭탄테러에 자진하여 뛰어들어 희생된 어린 소년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너무 놀라 멍하니 바라보는 내게 현지인 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뭘 그렇게 놀랍니까? 레바논 남부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슬람 전략상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쉬아파 이슬람 세력 중에서 가장 호전적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헤즈불라(Hizbullah)"의 본거지이기도 한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폭탄테러나 국경지대의 교전은 뭐 흔히 있는 일입니다.
만약 한 가정에서 어린 소년이나 남자가 - 요즘에는 여성폭탄테러범도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만 - 폭탄테러에 몸을 던지거나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희생되면 그 가정은 소위 '똑똑하고 잘 키운 자녀를 알라를 위해 불사른' 유명한 가정으로 떠받들어집니다. 때문에 많은 자녀를 희생시키면 시킬수록 그 가문은 유력한 가문이 되고 주변으로부터 존경받게 됩니다."
이슬람 문화에서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에게도 대동소이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화적 특징을 거론할 때 '체면문화'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알라를 위해 이슬람을 위해 선지자 무함마드를 위해 성전(聖戰, Jihad)에 나선다고 하지만, 그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바로 이슬람 신앙에 온몸을 던진 신앙심 깊은 가문이라고 하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참으로 교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의 호전적인 기질에 불을 지르고 종교적인 보상 과 세상적인 명예, 그리고 암묵적으로 경제적인 보상이 동시에 주어지는 이러한 분위기라면 먹고 살기 힘든 고립된 사회에서 하나의 탈출구처럼 폭탄테러나 돌발적이고 과감한 전투에 몸을 던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크게 체면이 세워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문화에서 알라와 선지자 무함마드를 위한 희생은 정말 체면이 크게 세워지는 의미있는 행위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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