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내 이슬람 교도는 전체 인구 1억8000여만명의 96%로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다. 1.6%에 불과한 기독교인들은 억압받고 가난한 소수계층으로 분류된다.
이 이슬람 공화국에서 한 가난한 기독교인이 자신의 몸을 던져 탈레반 자살폭탄 테러범의 공격으로부터 수많은 이교도들의 목숨을 구함으로써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국제이슬람대학 여학생 캠퍼스 구내식당은 점심을 먹기 위해 몰려든 400여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런데 갑자기 검정 부르카를 쓴 여성으로 변장한 괴한이 근무 중이던 경비원을 총으로 쏜 뒤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마당을 쓸던 대학 잡역부 페르베이즈 마시(40)는 구내식당 앞에서 그를 제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마시는 괴한에게 “안에 여학생들이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 버텼다. 마시와 괴한의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괴한의 자살폭탄 조끼는 다행히 식당이 아닌 인근 주차장에서 터지게 됐다. 이 바람에 마시와 주변에 있던 여학생 3명이 숨졌다.
파테 무하마드 말릭 교수는 “마시가 아니었다면 식당 안에 있던 수많은 여학생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라면서 “그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신분과 교리를 뛰어넘어 이슬람 여학생들을 살리고 자신을 희생했다”고 말했다.
자살테러 사건 당시 마시는 이곳에 취직한 지 1주일밖에 안됐다. 받기로 한 월급은 60달러가 전부였다. 그간 펀자브주 라왈핀디시의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 70세 노모를 모시고 세 살배기 아들과 부인 등 가족 7명과 함께 살았다. 어머니 쿠르샤이드 시디크는 이제 생계를 위해 마을에서 해오던 청소 등 허드렛일을 그만두고 매일 아들이 묻힌 묘지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마시는 어엿한 묘지에 묻히지 못하고 기독교인들이 몰려 사는 마을 어귀 쓰레기가 널린 공터에 묻혔다. 사람들이 아들을 영웅으로 부르는데 자랑스럽지 않냐는 CNN 방송의 질문에 노모는 손사래를 치며 “아들이 죽었는데 영웅이 무슨 소용이냐”고 울먹였다.
파키스탄 정부는 마시의 희생정신을 기려 100만 루피(1만2000달러)를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대학 측은 마시의 세 살배기 아들 디야에게 대학 무료입학을 허가하고, 그의 부인에게는 남편을 대신해 대학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파키스탄 경찰도 디야가 원하면 성인이 돼서 경찰관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머니 시디크는 포상금이 도착하면 장례비로 빌린 돈도 갚고 아들 묘에 이름도 새기고 담장도 쳐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
기사 게재 일자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