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06 한겨레] 이슬람권 몰아치는 '조혼을 금하라'


이슬람권 몰아치는 ‘조혼을 금하라’ 예멘 금지법 통과 이어 사우디 최저연령법·터키 부모처벌 등 검토


#1. 지난 9월12일 예멘에선 12살의 어린 신부가 아이를 낳으려 사흘간이나 끔찍한 산통에 신음하다가 끝내 아기와 함께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4살 신랑과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되서였다. 예멘에서는 지지난해와 지난해 2년 연속 10살 미만의 어린 신부가 이슬람법에 맞서 목숨을 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2. 지난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한 사형수가 15살 난 딸을 동료 사형수에게 시집 보냈고, 소녀는 교도소 특별구역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 임신까지 했다. 지난 5월에는 사우디의 8살 소녀가 무려 42살 연상의 남편과 힘겹게 이혼에 합의했다. 아버지는 늙은 사위로부터 이미 거액의 지참금을 받았었고, 법원은 결혼 무효 소송을 두 차례나 기각했었다.

오랜 세월 여성들의 삶을 옥죄어 온 조혼문제에 대해, 이슬람권 일부 국가들에서 법적 규제가 시작되고 있다. 예멘에선 올 3월에 17살 이상 여성만 결혼할 수 있다는 강제조혼금지법이 통과됐고, 사우디 법무부도 지난 5월 결혼 최저연령을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터키도 5일 이에 동참했다.

터키 의회는 최근 자국의 조혼 실태를 조사한 뒤, 미성년 자녀를 결혼시키는 부모에 대한 형사 기소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현지 일간 <사바흐>가 5일 보도했다. 터키 의회의 남녀기회평등위원회 위원장인 외즈누르 찰륵 의원이 준비한 보고서는 “미성년 결혼은 여성의 인권과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악습”이라고 규정한 뒤, 15살 미만의 딸을 결혼시키는 부모는 터키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에서 전체 결혼 건수 중 25%가 조혼이며, 기혼여성의 절반이 10대 중반에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전세계의 20~24살 기혼여성 중 18살 이전에 결혼한 여성이 6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남아시아 지역이 3130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1410만명), 중남미(660만명),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560만명), 중동 및 북아프리카(330만명) 지역 등이 뒤를 이었다.

조혼이 성행하는 지역은 저개발 빈곤국이 대부분이다. 유니세프는 미성년 결혼이 행해지는 주원인으로, 조혼을 용인하는 법체계, 사회적 관습, 종교법의 영향, 경제적 빈곤 등을 들었다. 유니세프는 미성년 결혼은 임신과 출산의 위험 증대, 사회적 단절, 교육기회 상실, 직업훈련 기회 박탈에 따른 빈곤 등 여성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한다. 유니세프는 교육의 확대와 직업훈련 및 기술교육 제공, 어린 나이 임신의 위험성 계몽,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개입 등을 조혼 관행 철폐를 위한 전략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기사 게재 일자 2009-11-06



협력기관

협력기관

KWMA

협력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