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04 매일경제] 진화론에 마음 여는 무슬림


파키스탄, 터키,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세계에서 일부 무슬림들이 창조론과 현대 과학을 적절히 접목시키면서 진화론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부 기독교도들이 성서의 엄격한 연대기에 따라 지구의 나이가 6천년 정도로 받아들이면서 진화론뿐 아니라 지구가 수십억 년 전에 태어났다는 현대 지질학과 우주론까지도 부인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무슬림들은 이보다 유연한 사고로 진화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신이 세상을 6일 만에 창조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때의 하루가 비유적인 표현이라는 문구가 있어 현대 과학 이론과 창조론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맥길대 진화론 교육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경우 생물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다루고 있으며 본문에 코란의 경구도 함께 실려 종교와 진화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천527명의 파키스탄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28%의 학생들이 `진화론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사실이 아니다'라는 창조론적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들의 86%가 `화석의 존재로 미뤄 수십억 년 전에 이미 생명체가 지구 상에 존재했고 이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했다'는 문장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돼 진화론 내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에서는 진화론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지구와 우주의 나이를 인정하고 긴 시간에 걸쳐 생명체들이 창조됐다고 주장하는 하룬 야히야 같은 `오랜 지구' 창조론자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파키스탄처럼 진화론이 과학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지만 85%의 학생들이 지구가 수십억 년 전에 탄생해 계속 변해왔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슬림들은 이처럼 최근 진화론을 현대 과학 이론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받아들이는 추세지만 인류의 진화 문제에서만큼은 여전히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한 대학의 물리학자인 페르베즈 후드보이 교수는 빅뱅 이론과 생명체의 진화 등을 강의했을 때 학생들로부터 큰 거부 반응이 없었지만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라는 대목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결국 강의실에서 이끌려 나와야 했다.

후드보이 교수는 "(진화론과 관련해)모든 것이 원숭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괜찮다"며 "그것(인간의 진화 문제)은 아마도 절대로 이해가 좁혀질 수 없는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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