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16 연합뉴스] '명예살인' 알린 후세이니 기자 중동최신뉴스


<사람들> '명예살인' 알린 후세이니 기자



'명예살인' 악습 세계에 알려..인권상 수상하기도


(암만=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나쁜 품행으로 가족의 위신과 명예를 훼손했다는 구실로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 살인(Honor Crime)'은 중동지역에서는 지금도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명예 살인'은 지금은 대표적인 인권 침해 문제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체면'을 극도로 중시하는 아랍 문화권의 특성상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명예살인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었던 것은 영문 일간지 요르단 타임즈의 라나 후세이니(42) 기자의 힘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1993년에 돌아와 요르단 타임즈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저는 단순히 강력사건을 전담하는 신참 기자였습니다. 가족들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사례는 종종 접했지만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요."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사건'과 맞닥뜨린 것은 1994년. 16세 소녀가 가족들에게 살해된 사건을 취재하며 그 가족들을 만난 후세이니는 사건의 내막과 가족들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동생이 바로 그 가해자인 오빠에게 살해당한 겁니다. 문제는 응당 벌을 받아야 할 가해자 대신 '오빠를 유혹해서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구실로 피해자가 살해됐고 그 사실을 다른 가족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후세이니는 이 사건을 접한 이후 명예살인 사건들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곧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외 인권 단체들도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처음 명예살인 보도를 시작할 때에는 대체 왜 이런 치부를 공개하느냐는 항의편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이나 고학력자들조차도 요르단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며 반발했어요."
그러나 이후 15년간 이어진 관련 보도 덕에 아랍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요르단 법원도 최근 들어 명예살인범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등 가해자를 비교적 가볍게 처벌하던 예전 관행도 서서히 바뀌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법원에 명예살인 사례만 전담해 심사하는 별도의 심사위원회가 설치되기도 했다.

후세이니 본인도 여성인권 문제 해결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1998년 리복 국제인권상, 2007년 왕실 훈장 등 국내외 주요 인권ㆍ공로상을 받으며 이슬람권 여성운동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6월에는 그동안 보도한 내용을 모아 '명예라는 이름의 살인(Murder in the name of hornor)'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요르단에서 발생한 명예살인은 모두 15건, 2008년 한 해 동안 18건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명예살인 발생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형법에는 명예살인범을 관대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조문이 존재한다.

명예살인이 이슬람 문화의 유산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는 점도 걱정거리다.

그는 "명예살인은 이슬람교 이전의 구습에서 비롯된 폐해이고 인도와 아프리카, 유럽 일부 지역 등 비이슬람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아랍권은 물론 전 세계적인 관심과 노력이 아직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inishmore@yna.co.kr



기사 게재 일자 200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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