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19 조선일보] 할례와 싸우는 이집트 여성의 '눈물'



















▲ 이집트 여성 할례/ 알자지라 TV 화면 캡쳐


“아내는 어릴 때 수술받았던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쏟아요. 그걸 보는 제 가슴도 미어지죠.”

지난해 10월 북아프리카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바위티(Bawiti·카이로 남서쪽 300㎞ 지점의 마을)’에서 만난 지단 아흐메드(이집트)씨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아흐메드씨는 30여년 전 이곳 사막에서 태어났고, 대부분의 사막 유목민 ‘베두인’이 그러하듯 관광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한나절 동안 사막 생활을 보여주던 그는 이집트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관습에 대해 말을 꺼냈다.

아흐메드씨가 말한 관습은 ‘카텐’이었다. 카텐은 ‘할례’의 아랍어 표현으로 생식기 일부를 절개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바하리야 마을의 모든 여자는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할례를 받는다”며 “대부분 이집트 여자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카텐’은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는 만큼 커다란 통증을 수반한다. 이집트에서 한국에 온 느르밈(24·가명)씨는 “(카텐은) 절개한 살점을 실로 묶어서 팔뚝에 붙여 놓았다가 일주일 정도 건조시킨 후 나일강에 던진다”며 “상처가 아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해 여름방학 때 수술을 많이 한다”고 했다.

통증은 여성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나타난다. 아흐메드씨가 3년 전 결혼한 아내는 카텐으로 인한 통증으로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마 카텐 때문에 아내가 잠자리를 같이 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며 “결혼생활이 평탄치 못하다”고 말했다.

◆여성 할례는 이집트 문화적 관습

이집트에서 여성 할례는 오래 전부터 종교와 무관하게 행해져 왔다. UN자료에 따르면 이집트는 기니, 말리 다음으로 여성할례 비율이 높은 국가다. 1996년 이집트 보건인구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의 15~49세 여성 중 97%가 수술을 받았다. 또 2005년 세계보건기구 자료에서는 9~18세 이집트 여성의 할례 비율이 94%로 나타났다.

이집트에서 여성할례는 단순한 수술이 아니다.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동지역 뉴스전문 채널 ‘알자지라 TV’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 할례는 결혼 후 다산(多産)을 기원하고, 사춘기 전후의 여아(女兒)가 성인 여성이 된다는 통과의례로 행해진다. 느르밈씨도 “여성 할례를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더 정숙하다는 인식이 통용되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불법이 되었으나, 병원에서는

이집트 여성 할례는 그 동안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여성 할례가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비위생적·비전문적 시술로 과다 출혈과 세균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 또 여성으로서 느껴야 할 성적 쾌감도 반감시킨다.

미국의 CNN은 1994년 9월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UN 카이로 회의에서 여성 할례 장면을 방영하며,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켰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1996년 여성 할례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비판의 초점이었던 ‘산모 또는 이발사 등에 의한 여성할례’뿐 아니라, 병원에서의 할례 금지도 포함됐다. 이집트의 이슬람·기독교 등 종교단체와 인권단체들도 ‘여성할례는 종교적 가르침에 어긋나며, 어린 아이에게 정신적 충격을 야기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관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 할례는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2007년 6월에는 11살 여아가 의사에 의한 시술 도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의사는 체포됐고 해당 병원도 폐쇄 됐지만 병원에서의 여성 할례 시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느르밈씨는 “수도 카이로에 사는 중·상위층은 수술비로 1000기니(한화 약23만원) 정도, 서민층은 150기니(3만5000원)를 내고 병원에서 할례를 받는다”고 했다.

◆대통령 영부인까지 나섰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잔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부인은 2007년 여아 사망 사건 이후 ‘여성 할례는 근절돼야 할 폭력 중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집트 정부도 유엔계발계획(UNDP)이나 국제 인권 단체들과 함께 본격적인 ‘할례 근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여성 할례 시술 의사를 법으로 제재하는 등 공격적인 방법과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됐다. 특히 이집트 남부지역의 시골 마을 120여 곳은 중점 단속대상으로 관리됐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할례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아동-부모인권협의회(NCCM) 관계자 이브라힘씨는 알자리자 TV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이집트인들의 여성 할례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완전히 뿌리가 뽑힐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노석조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학년



기사 게재 일자 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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